좌뇌형은 논리적,
우뇌형은 감성적?
이 구분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좌뇌형은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수학에 강하고, 우뇌형은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온라인 테스트나 자기계발 서적, 심지어 교육 현장에서도 이러한 분류는 흔히 사용된다. 학생에게 맞는 학습법을 찾기 위해 좌뇌형인지 우뇌형인지 구분하는 사례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이분법적 뇌 구분은 어디서 시작됐을까?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는 말일까?
이러한 구분은 1960년대 미국 신경심리학자 로저 스페리(Roger Sperry)의 연구에서 비롯됐다. 그는 간질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을 절단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을 통해, 양쪽 뇌가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언어는 주로 좌뇌가 담당하며, 공간 인식은 주로 우뇌가 관여한다는 것이었다. 스페리는 이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점차 일반화되고 단순화되며 대중에게는 다르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뇌 기능의 편측화(lateralization)는 뇌의 특정 기능이 특정 반구에서 주로 수행된다는 것을 뜻하지만, 이는 상대적인 개념일 뿐이다. 즉, 좌뇌와 우뇌는 언제나 협력하며 작동한다. 논리적 사고만 해도 좌뇌가 주도하더라도 우뇌의 직관적 통찰이 함께 작용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예술적 표현도 감성뿐 아니라 구조와 기법이라는 논리성이 함께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 매체에서는 좌뇌형=이과, 우뇌형=문과라는 식의 단순 분류를 선호했고, 이는 마치 별자리 운세처럼 사람들의 유형을 나누는 도구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과학적 사실보다는 심리적 납득이나 자기 정체성 찾기 수단으로 더 널리 퍼지게 되었다. 하지만 진짜 과학은 이런 흑백논리보다는 더 복잡하고 정교하다. 그래서 이분법적 뇌 구분이 정말 타당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신 뇌 과학은 말한다 : 인간의 뇌는 언제나 협업 중이다
현대 뇌과학은 과거보다 훨씬 더 정밀한 분석 도구를 가지고 있다.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나 EEG(뇌파검사) 등의 기술을 통해 뇌가 작동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뇌의 특정 부위가 특정 기능에 연관된다는 기존 이론은 많이 보완되었고, 뇌가 훨씬 유기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표적으로 언어를 보자. 과거에는 언어 기능이 좌뇌의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에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최근 연구에 따르면 단어 선택, 문장 구성, 억양 처리, 감정 전달 등은 뇌 전체에 걸쳐 여러 영역이 협업해 이뤄지는 과정이다. 실제로 시각 정보 처리, 청각 해석, 감정 공감, 기억 회상 등 다양한 뇌 부위가 동시에 작동해야만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통합적 뇌 기능은 단순히 좌뇌형, 우뇌형으로 나눌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해준다. 예술가가 그림을 그릴 때도 우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색상 배치, 원근감 조절, 빛의 방향 계산, 손의 미세한 조정 등은 모두 논리와 수학적 감각이 필요한 좌뇌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 반대로 수학 문제를 푸는 데도 직관과 패턴 인식 같은 우뇌적 사고가 개입된다.
심지어 최근에는 사람마다 뇌의 편측화 정도가 다르다는 연구도 있다. 일부 사람은 언어를 우뇌에서 더 많이 처리하는 경우도 있으며, 좌우뇌를 고르게 사용하는 경향도 관찰된다. 결국 인간의 뇌는 개별적이고 독창적인 방식으로 작동하며, 단일 프레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유기체라는 것이다.
즉, 좌뇌형과 우뇌형이라는 말은 마치 왼발잡이냐 오른발잡이냐로 성격을 분석하는 것만큼 단순한 오류일 수 있다. 뇌는 둘로 나뉘어 있으되, 언제나 하나로서 작동한다. 좌뇌든 우뇌든 중요한 건 그 둘의 조화다.
뇌 유형 테스트와 자기이해
: 심리적 효과는 있지만, 과학적 기반은 약하다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여전히 좌뇌형, 우뇌형 테스트에 관심을 가질까? 이유는 간단하다.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복잡한 설명보다 간단한 분류를 통해 자신을 정의할 때 더 큰 심리적 안정을 느낀다. 좌뇌형 테스트는 마치 성격 유형검사 MBTI처럼 자기 인식의 도구로 작동할 수 있다. 그 자체로 흥미롭고, 대화 주제로도 활용 가능하며, 자신의 강점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 테스트들이 대부분 과학적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온라인에 떠도는 좌뇌/우뇌 테스트의 대부분은 신경과학자가 아닌 마케팅 전문가나 자기계발 저자가 만든 경우가 많다. 이 테스트의 문항들은 과학적으로 뇌의 활동을 분석하는 대신, 단순한 취향이나 선호도를 묻는 데 그친다. 예를 들어 '계획을 세우는 걸 좋아하십니까?'라는 질문은 논리성과 관련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좌뇌의 활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또한 이러한 테스트는 편향된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우뇌형이라고 믿게 되면 창의력 분야만 집중하고 논리적 사고는 기피하게 되는 식이다. 반대로 좌뇌형이라고 믿는 사람은 예술적 감각이 부족하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 이처럼 자기 이해를 돕기 위해 시작한 분류가 오히려 가능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이 필요하다.
물론 좌뇌/우뇌형이라는 개념은 대화의 시작점이나 성찰의 계기로는 유용하다. 하지만 그것이 곧 과학적 진실이라고 착각하게 되면, 잘못된 자기인식을 만들거나 교육적 판단에 오류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개념을 받아들일 때, 과학적 검증 여부와 정보의 출처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결론
뇌는 하나의 팀이다
- 나를 규정하지 말고, 확장하라
좌뇌형과 우뇌형이라는 말은 한때 뇌 과학의 진보였지만, 이제는 너무 단순화되어 오히려 오해를 낳고 있다. 실제 인간의 뇌는 한쪽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좌우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팀처럼 작동한다. 논리적 사고와 창의적 직관은 서로를 보완하며, 인간은 이 두 가지 능력을 동시에 발전시킬 수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뇌의 구조와 기능은 훨씬 더 복잡하고 유동적이다. 개인의 학습 방식이나 사고 패턴은 단지 좌우뇌의 활동에 국한되지 않으며, 환경, 경험, 감정, 사회적 상호작용 등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친다. 그렇기에 자신을 단지 좌뇌형이나 우뇌형으로만 규정하는 것은 매우 제한적인 시각일 수 있다.
물론 심리적 이해를 돕기 위한 분류는 유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믿는 순간, 우리는 스스로의 가능성을 좁힐 수 있다. 뇌는 언제나 확장 가능하고, 학습을 통해 변화할 수 있는 유연한 기관이다. 좌뇌든 우뇌든,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과 협업이다.
자신을 구분짓기보다 확장하는 방향으로 사고를 전환해 보자. 나의 뇌는 한쪽만이 아니라, 전체가 함께 빛나는 유기체라는 사실을 기억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