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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
좌뇌형 우뇌형 테스트, 정말 의미 있을까?
온라인에서 자주 접하는 좌뇌형 우뇌형 테스트는 마치 성격유형검사처럼 인기를 끌고 있다. 좌뇌형은 논리적이고 분석적이며 언어와 수학에 강하다고 하고, 우뇌형은 창의적이고 감성적이며 예술 분야에 뛰어나다고들 한다. 그래서 우리는 스스로를 좌뇌형이나 우뇌형으로 구분 지으며 공부법이나 직업 선택에까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과연 과학적으로 타당한 이야기일까?
뇌과학자들은 뇌의 기능이 그렇게 단순히 양쪽으로 나뉘지 않는다고 말한다. 물론 뇌에는 ‘기능의 분화’라는 개념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언어를 처리하는 브로카 영역은 대개 좌반구에 위치해 있고, 공간지각 능력은 우반구와 관련이 깊다. 그러나 이는 특정한 기능이 ‘우세하다’는 것이지, 한쪽 뇌만 쓰며 살아간다는 뜻은 아니다. 실제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거나 창작 활동을 할 때는 뇌의 여러 영역이 동시에 활성화된다.
심지어 최근 뇌 영상 연구에서는 좌뇌형, 우뇌형의 개념 자체가 신경과학적으로 큰 근거가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2013년 미국 유타대 연구팀이 약 1000명의 뇌를 MRI로 분석한 결과, 사람마다 뇌 반구의 사용 비율이 뚜렷하게 좌우로 치우친다는 증거는 없었다. 즉, 사람마다 특정 영역이 더 활성화되는 경향은 있을 수 있지만, 좌뇌형, 우뇌형으로 단정 지을 만큼 극명한 차이는 없다는 것이다.
좌뇌형 우뇌형 이론은 1960~70년대에 뇌 손상 환자를 연구하며 만들어졌는데, 이후 대중적으로 확산되며 단순화된 개념으로 굳어졌다. 마치 점성술처럼 쉽게 사람의 성향을 나눌 수 있다는 착각을 줄 수 있지만, 실제 뇌의 작동은 훨씬 더 복합적이고 유기적이다.
결국 좌뇌형 우뇌형 테스트는 일종의 성향 가늠자 혹은 오락일 수는 있어도, 그것을 기반으로 삶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뇌는 팀플레이어다 : 분할이 아니라 통합이 핵심
뇌과학의 가장 흥미로운 사실 중 하나는, 뇌의 각 부분이 따로 놀지 않고 항상 함께 작동한다는 것이다. 이는 뇌가 복잡한 네트워크 구조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통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한 편의 소설을 읽을 때도 단순히 언어를 이해하는 좌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감정을 공감하고 장면을 상상하는 데 우뇌의 역할도 함께 들어간다.
이처럼 뇌는 좌우 반구의 협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성을 발휘한다. 수학 문제를 풀 때도 단순한 계산은 좌뇌가 담당할 수 있지만, 문제를 이해하고 전략을 구상하는 과정에서는 우뇌가 관여한다. 예술가가 그림을 그릴 때도 마찬가지다. 감성과 직관만으로는 좋은 결과물이 나오기 어렵고, 구도와 비율, 색의 조화를 고려하는 논리적 판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의 신경과학은 뇌의 좌우를 나누기보다, ‘기능 네트워크’라는 개념에 더 집중한다. 이는 뇌의 특정 영역들이 상호 연결되어 하나의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팀처럼 작동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는 우리가 멍하니 있을 때 활성화되어 자아 성찰이나 창의적 사고에 관여한다. 반면 집중하고 있을 때는 실행 네트워크가 작동하면서 계획과 판단 기능이 활성화된다.
좌뇌든 우뇌든 중요한 것은 어느 한쪽만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 뇌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협력하느냐에 달려 있다. 뇌를 쓰는 습관도 이런 통합적 사고를 키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예를 들어, 독서를 하면서 그림을 그리거나, 과학 공부를 하면서 음악을 듣는 등, 서로 다른 방식의 사고를 함께 경험하면 뇌 전체의 기능이 강화된다.
이처럼 뇌는 철저한 협업형 시스템이며, 특정 영역이 독립적으로 뛰어난 것보다 서로 협력하는 방식이 훨씬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좌뇌형 · 우뇌형보다 중요한 신경 가소성
최근 뇌과학의 화두는 바로 ‘신경 가소성’이다. 이는 뇌가 경험과 학습을 통해 구조와 기능을 바꿀 수 있다는 개념이다. 다시 말해, 뇌는 정해진 틀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적응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좌뇌형인지 우뇌형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은 ‘지금 뇌를 어떻게 쓰고 있는가’다.
신경 가소성은 어린 시절뿐 아니라 성인 이후에도 지속된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새로 배우는 어른의 경우, 처음에는 어색하던 손가락 움직임이 반복 연습을 통해 점차 매끄러워지고, 결국엔 자동화된다. 이 과정에서 실제로 뇌의 특정 영역이 발달하고, 뉴런 간의 연결도 강화된다.
이는 뇌의 편향된 성향보다 뇌의 ‘훈련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자신이 논리적인 사고에 약하다고 느낀다면, 분석적 글쓰기나 수학적 문제 풀이 같은 훈련을 통해 해당 영역의 기능을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감성적 표현이나 창의적 사고가 약하다고 느낀다면, 일기 쓰기나 그림 그리기 같은 활동을 통해 우뇌와 관련된 능력을 개발할 수 있다.
심지어 치매 예방 차원에서도 신경 가소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다양한 활동을 통해 뇌를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뇌 건강 유지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예를 들어, 외국어를 배우거나 악기를 다루는 취미 활동은 뇌 전체의 회로를 새롭게 연결하게 해주며, 이는 나이가 들어서도 유연한 사고와 기억력을 유지하게 도와준다.
좌뇌형, 우뇌형으로 스스로를 한정하기보다는, 뇌의 유연함을 믿고 다양한 사고 방식을 시도해보는 것이 훨씬 더 바람직한 접근이다. 결국 인간의 뇌는 한쪽만으로 승부 보지 않는다. 끊임없이 자극받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결론
나의 뇌는 좌뇌형일까, 우뇌형일까보다 더 중요한 질문
이제 우리는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와야 한다. 나는 좌뇌형일까, 우뇌형일까? 뇌과학의 최신 연구를 종합해보면, 이 질문은 너무 단순화된 접근이며 실제 뇌의 작동 원리와는 거리가 멀다. 뇌는 좌우가 분리된 채로 작동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한 영역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복합적인 작업을 수행한다. 우리가 어떤 사고를 하든, 창의적이든 논리적이든, 감정적이든 현실적이든 뇌 전체가 그 역할을 나눠서 함께 수행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한 질문은 나는 어느 쪽 뇌를 많이 쓰는가가 아니라, 나는 내 뇌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훈련하고 있는가에 있다. 뇌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성장할 수 있다. 좌뇌형 우뇌형이라는 구분에 갇혀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말고, 오히려 다양한 방식으로 뇌를 자극해보자. 새로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려보고, 낯선 분야의 지식을 탐구하는 모든 행동이 뇌를 성장시키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좌뇌형 우뇌형에 집착하기보다, 자신이 어떤 방식의 사고를 할 때 더 편안한지 관찰하고, 부족한 영역은 보완하고 강점은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더 실용적이다. 뇌는 기계처럼 정해진 구조물이 아니라, 스스로 길을 만들 수 있는 놀라운 유기체이기 때문이다.
결국 뇌는 한쪽만으로 완성되는 기관이 아니다. 나의 뇌는 나의 경험, 습관, 도전 속에서 점차 성장하고 통합되어간다. 그러니 좌뇌형이든 우뇌형이든 중요한 건, 오늘도 뇌를 얼마나 다양하게 써보고 있는가, 그것이다.